유은 U Eun

About
PracticingWritingConnectingWandering
  • 글
  • 숨은신 - 전래된 한국의 미의식
  • 비성의 무초 — 서문
  • 새-끼-어
  • 소리
  • 어서 오세요
  •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 워크숍 · 대화
  • 앎의 여정: 사랑, 흥, 유머 실천
  • 치킨 다이어리: 동료와의 대화 2
  • 기억하는, 돌보는, 여성-퀴어적인, 애도하는
  • 공동 기획
  • 우징 Oozing 雨徵

<비성의 무초 La plante dansante de désastres>

2024. 12. 18.–12. 20. 탈영역우정국(서울)

공연 12월 18일(수) 15:00, 20:00 전시 12월 19일(목) 13:00–19:00 공연 12월 20일(금) 15:00, 20:00

주관 및 주최: 조선아 제작 프로듀서: 배상희 공간 디자인: 김혜정 (NACA) 음향 감독: 이성록 무대 감독: 홍승기 자문: 다이애나 밴드 범패 지도: 이승희 그래픽 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서문: 유은 진행: 조재원 영상 기록: 김창구 사진 기록: 윤관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탈영역우정국

2024. 12. 18.–12. 20. 탈영역우정국(서울)

공연 12월 18일(수) 15:00, 20:00 전시 12월 19일(목) 13:00–19:00 공연 12월 20일(금) 15:00, 20:00

주관 및 주최: 조선아 제작 프로듀서: 배상희 공간 디자인: 김혜정 (NACA) 음향 감독: 이성록 무대 감독: 홍승기 자문: 다이애나 밴드 범패 지도: 이승희 그래픽 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서문: 유은 진행: 조재원 영상 기록: 김창구 사진 기록: 윤관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탈영역우정국

서문

재앙(desastre)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이를 거짓과 사기에 불과한 소문으로 치부한다. 재난과 참사의 현장을 외면한 채 소비와 재앙의 가속에 편승한다. 누군가는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또렷한 구호를 내세운다. 세계의 비극을 극복하고자 앞으로 나선다. 누군가는 재앙의 곁에, 더 정확히는 빛이 저문 하늘 아래에서 재앙이 머물다 간 자리의 진동을 가늠한다. 비성非星(des-astrum)의 적막 속에서 무용한 진동을 울린다. 현란한 난무 틈에서 한 떨기의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켜 올린다. 잎을 펼친다. 미세하고 고요한 잎의 움직임 속에 격정이 담긴다. 비극과 비애, 다급하게 조여오는 폭로와 외침들의 가속을 거스르기를 택한다. 머무르며 듣기를 택한다. 광휘의 허영을 마주한다. 빛을 잃은 자리에서 희끄무레 일렁이는 그림자를 발견한다.

곧은 자세로 폐허를 응시한다. 폐허 속에서 피어난 풀을 벗삼아 재앙과 비운의 사이를 맴돈다. 망설이는 몸짓 속에서 시간은 벌어지고 지연된다. 틈의 시간은 무한에 가까운 적막에 이른다. 시원과 공상, 먼 과거와 먼 미래가 공존한다. 입과 꼬리는 끊임없이 맞물린다. 비존재로 존재하는 자들을 위한 자리를 짓는다. 공간에 가까운 시간, 시간에 가까운 공간의 틈에 자리한 몸은 바람과도 같다. 폐허의 부스러기를 일으켜 장단을 일으킨다. 뼛조각을 어루만진다. 누구/무엇의 파편인지 알 수 없는 익명/무명의 몸을 안아 올린다. 육신의 혼을 기리고 천도를 바란다. 바람으로 켠 소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사방으로 퍼지며 곁의 품을 넓혀간다. 돌아보고 머뭇거리고 서성인다. 방향을 잃기로 한다.

잃은 자리로부터 심연의 모호함으로 침잠한다. 기나긴 찰나의 한배를 품은 선율이 폐허 깊숙이 잦아든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진동에 몸이 묻어난다. 모호함으로부터 일어나는 몸짓의 장단은 여기의 자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반응하는 몸이되 비워짐에 가까운 몸. 응시하는 동시에 텅빈 눈과 경청하는 동시에 통과하는 귀. 켜는 동시에 흩어지고 퍼지는 무위. 없음에 가까운 몸으로 별의 보호가 저물고 영광의 장막이 사라진 이곳을 어루만진다.

© 2026 유은 U E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