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가 서로를 듣는다』, 2026
랑데뷰지에 디지털 인디고 프린트 (컬러 및 흑백 혼합인쇄), 무선 제본 188p, 18.8 × 12.8 cm.
주최・주관: 유은 협력기획・전시서문: 강정아 전시비평: 안팎(박종주) 사진촬영・편집: 양승욱 워크숍협력: 오로민경 영상촬영・편집: 헤즈스튜디오
총괄 디자인: 김보라 편집: 강정아, 유은
후원: 인천광역시, (주)인천문화재단
초판: 2026년 3월 20일
펴낸곳: 히스테리안 출판사 등록: 2018년 4월 5일 ISBN: 979-11-978389-5-8(05800)
『서로가 서로를 듣는다』, 2026 랑데뷰지에 디지털 인디고 프린트 (컬러 및 흑백 혼합인쇄), 무선 제본 188p, 18.8 × 12.8 cm.
주최・주관: 유은 협력기획・전시서문: 강정아 전시비평: 안팎(박종주) 사진촬영・편집: 양승욱 워크숍협력: 오로민경 영상촬영・편집: 헤즈스튜디오
총괄 디자인: 김보라 편집: 강정아, 유은
후원: 인천광역시, (주)인천문화재단
초판: 2026년 3월 20일
펴낸곳: 히스테리안 출판사 등록: 2018년 4월 5일 ISBN: 979-11-978389-5-8(05800)
소개
기울여 듣는 귀, 진솔한 혀, 전경과 후경을 엮어내는 눈, 반응하는 몸, 받아쓰기.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애쓰기 시작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은, ‘나’를 통과해 타자에게 가닿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의 육체를 경유하되, ‘나’가 아니어도 되는 순간을 조금이나마 더 자주, 길게 가질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훈련의 과정으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내 두 발을 잠시 공중에 띄워 신체에 난 균열들 사이로 비춰지는, 내가 연루된 세계를 마주하려 했다. 잘 살아가기 위해, 잘 죽어가기 위해 그랬다.
…
애도로부터 사랑과 돌봄의 실천으로 사유의 방향을 정돈하면서, 몇 가지 질문이 함께 이어졌다. ‘나’의 자리에서 발생하는 난관으로부터, 나와 우리는 어떻게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에 기반한 ‘난잡한’ 돌봄을 실천해 나아갈 수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는, 나는 담임교사로서 만나는 20명의 어린이들과 어떤 공동체를 꾸려갈 것인가? 어린이 존재와 그들의 세계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관계맺기가 필요하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친 후 제작하는 이 책은, 앞서 이어진 고민과 작업으로부터 마주한 ‘애도’의 감각에 기반을 둔다. 더불어, 내용적으로는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에서 나의 위치와 어린이 존재에 대한 관계적 성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책에는 휴직 직전 해인 2022년도와 복직한 해인 2025년도에 기록한 학교에서 마주하는 일상과 고민, ⟪새로운 태양들: 이동 New Suns: Mobility⟫ 프로그램에 참여해 진행한 워크숍 <비밀기지 만들기>에서 어린이 당사자 및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개인전 ⟪서로가 서로를 듣는다 We Listen into Each Other⟫(2025) 기록과 연계 아티스트 토크의 대화록이 담겨 있다.
글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어떤 구간의 끝과 시작을 통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나로부터 멀다고 느껴졌던 사건들이 나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모든 생명의 평등한 애도가치와 인정투쟁의 과정을 내 언어로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시 (잠시) 돌아온 학교와, 그곳에서 머물고 있는 나의 자리는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다. 이제 내 곁에는 창작과 연구,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여러 동반자들이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제 속도에 맞춰 숨을 고를 줄 안다. 진솔해지기 위한 쓰기와 말하기를 연습하고, 타자를 위한 자리를 비워두는 연습을 한다.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머금는 연습을 한다. 앞에 놓인 길에 다시 들어선다. 헤매고, 이탈하고, 운명과도 같은 발견의 여정이 새로이 이어질 것을 예감한다.
감사하게도 두 번의 개인전을 인천의 전시공간인 ‘임시공간’에서 연이어 할 수 있었고, 두 해 모두 강정아 기획자님과 김보라 디자이너님께서 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함께해 주셨다. 덕분에, 앞서 돌이켜본 긴 호흡의 작업 여정을 보다 더 연속성 있게 이어올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작업이라는 이름을 빌어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여러 존재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진심을 담은 대화와 조언, 공동창작과 공부, 지지와 기다림, 웃음과 울음, 공명하는 시간들. 그 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작업과 지혜와 용기, 여유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면을 빌어 시간과 공간, 마음과 지혜를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유은 2026년 1월 31일, 겨울방학의 끝에서





